환기가 필요했다. 다양한 전시와 사진집들을 보며 영감을 얻으려 부단히 노력했다. 대부분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집요하게 작업한 작품들을 가지고 있었다. 매일 같은 장소를 가든 매일 셀카를 찍든 시간과 싸워 온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본인 스스로 작가라 칭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자체로 작가였다. 나만의 집요한 것이 필요했고 꾸준하기 위해선 부담이 덜 해야 했다. 그래서 집과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을 주제로 작업하기로 했다. 대단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면 괜찮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작업. 그 과정을 조금씩 공유해 보려고 한다.
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.
퇴근 후 방문한 어린이대공원은 한적했다.
이름과는 달리 어린이는 없고 어르신들만 간간이 보였다.
각자의 기호에 맞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
마치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.
즐기는 법은 저마다 다르다.
각자의 방법만 있을 뿐 정답은 없다.
순간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며
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동참했다.
추위가 지나갔나 고개를 빼꼼
꽃이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.
웅크렸던 너도 나도 다 같이 활짝
서로 마주 보며 감사의 눈인사.
사람은 꽃을 보지만 꽃의 입장도 마찬가지
만물이 그렇게 서로 마주한다.